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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작가의 "나의 누수 일지"

루시연필 2023. 8. 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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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여름 "아무튼, 여름"을 만난 이후, 비교적 담백하게 그리고 간간히 위트가 섞인 김신회 작가의 글을 즐겨 읽습니다.
 
이번 책 "나의 누수 일지"는 정말로 작가의 체험담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그 바탕이었습니다.
주로 공동 주택에 거주하는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는 문제는 대개 층간소음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작가는 윗집 리모델링 공사에서 비롯된 누수와 이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어요. 누수는 아니지만 1층에 거주하는 저도 작년에 하수구 역류라는 일을 겪었기에 생활 중에 벌어지는 이런 이야기들이 흥미 있게, 그리고 단숨에 읽혔습니다.


사람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저는 김신회 작가와 비슷한 쪽인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더 생길까 두려워 직접 부딪히진 못하는 것이지요. 전화보다 메시지가 편해서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으로 제 의사를 전하는데... 읽다보면, 아니 끝을 보면 그런 문제들이 사소한 오해를 만들고 오히려 문제 해결을 지연시킨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지요. 술술 넘긴 책장들 사이에 시간도 무던히 흘렀고, 누수의 원인도 제대로 잡혔습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문장들 중 제 맘에 콕 남은 부분입니다. 읽고 나니 괜히 코끝이 찡했어요.
 
특히 '미숙한 나'가 나를 괴롭힌다는 문장은 제 맘과도 같았어요.  우리가 안락하게 삶을 사는 동안 몰랐던 것들을 다 안다고 해서 어른인 것도 아니고, 일련의 인생 물음들을 하나씩 깨쳐가며 단단한 어른이 된다는 것. 꼬마 어른인 제게도 필요한 위로 같았어요. 그리고 제 스스로에게도 의문들 던졌어요. '나는 어떤 어른일까. 아니 어른이 되기나 한 걸까?'
 
책의 마지막 문장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쓰다 보니 적어도 나는 살았다." 읽다보니 저도 단단해졌습니다.  
네, 저도 그렇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에 글을 쓰고, 글로 옮겨 간 마음을 멀찍이 다시 읽으며 삽니다.
마음이 힘들었을 때, 잠깐 멀리 두었던 에세이를 읽으면서 제 마음을 다독거려서 좋았다.
말하는 지금은 이미 지난 시간이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 누수로 제 삶도 이곳저곳 얼룩이 졌을 때가 있습니다. 불과 한 두달 전이지만요. 그 얼룩을 쓸어내며, 단단한 척하지 말고 조바심 내지 말고 무심한 척하지 말자고 혼자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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