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렬한 한 마디도 좋아하지만, 서서히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문장들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지난겨울, 책장에 오래 묵혀둔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으며 광고인이 아닌 작가로서의 박웅현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봐 온 마음을 움직였던 광고들의 카피를 이 분이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을 읽으며 그곳에 '스며들게' 해 주었지요. 그 책을 읽고서는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인문고전은 여전히 어렵고 피하고 싶어 했던 제가 어느새 책에 소개했던 글들을 읽고 있더라고요.
다시, 박웅현 작가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잔잔히 스미는 문장들이 아!라는 탄성만 끊임없이 이끌어 내었지요.
"여덟 단어". 오늘 제가 소개하고픈 책입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어떤 단어를 꼽으실 건가요? 제목에서도 이미 힌트를 주고 있는, 박웅현 작가의 여덟 개 키워드입니다.
'자존, 본질, 고전, 견('볼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키워드들입니다. 결국 마지막의 '인생'이라는 키워드로 통하는 단어들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던지. 저는 첫 키워드 '자존'부터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남의눈을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그 충분의 정도를 제가 아닌 남에게 맞추어 왔기에 늘 부족하고 고개를 떨구기에 바빴죠. 왜 행복의 기준을 나에게 두지 않았을까요? 자존감의 문제 같아요. 생각해 보면 어려서는 남들과 다른, 그래서 나만이 가진 고유성을 자랑스러워했는데 어른이 되면서는 그런 다름을 기피하고 주변과 닮으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보호색처럼요.
인생을 살다 보면 의미 없던 어떤 점들이 모여서 별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 얼마나 멋진 문장인가요? 하루하루 내가 찍고 있는 무수한 점들도 사실은 빛나는 점들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속도로 걸어가야 하는 인생을 잘 풀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나'를 찾아가는 것. 묻혀 있는 나를 찾는 것.
가장 본질적인 문제인데 사회는 자꾸만 나를 묻으라 하는 것 같아요. 결국 그 숨은 나를 찾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요. 책에서 찾은 답은, 키워드에도 있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던 엉킨 실타래를 '바로 지금'에 집중하며 풀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 박웅현 작가의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오늘 소개하는 "여덟 단어"는 두고두고 재독, 삼독,... 하고픈 책입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부분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함께 직조되는 게 바로 인생이라는 것.
저는 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제 탓으로만 돌렸어요. 그러다 보니 기운이 나기보다 자꾸만 움츠러들었어요. 실패하면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 내가 노력을 덜 해서 그런 거라고 자꾸만 저에게 칼을 내리꽂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환경, 그 주변적인 요소들도 절대 무시할 수 없지요. 모든 걸, '내 탓이오'만 하고 있었으니 제 어깨는 쉬이 펴지지 않았고 늘 패배자 같은 모습으로 살기 일쑤였어요.
어떤 자기 계발서에서도 해 주지 않는 스스로 깨칠 수 있게 하는 부드러운 힘이 아마 이 책에 있지 않나 생각해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가르치려들지 않고, 정말로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그런 책... 재독 하면 또 다른 생각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도 제가 잡았던 손을 꼭 한 번 잡아보시길.. "여덟 단어" 정말로 강력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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